(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나열했으니 급하신 분들은 마지막 결론 부분을 보세요)
난소 경화술 시술 이후 직장 하부에 비정상적 조직이 생기면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내시경 날짜를 잡아두고 그 전까지는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낙센에프정과 낙소졸정 2가지 타입을 처방 받았는데 낙센에프보다 낙소졸이 위장약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조금 더 순하다고는 하나 대부분 의사, 약사는 둘다 강력한 진통제라 복용을 신중히 하길 권한다.
낙센에프정 아침, 저녁으로 1알씩 먹은 지 고작 2일차 나의 위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식사를 하고 몇 번 누워 있었다가 운 나쁘게 위염이 생기는 것과는 통증의 강도가 전혀 달랐다. 진통제 먹고 탈 난 위, 아니 진통제에 다친 위는 정말 말 할 수 없이 아팠는데 상복부에 복서가 강력한 펀치를 한방 날려 위가 터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삶은 양배추 먹고 조금 상태가 안 좋아 윌로겔 한 포 먹은 것이 전부였다.
내과를 가려다가 응급실을 가기로 마음을 바꾸고 근처 응급실을 검색한 후 나갈 준비를 했다. 옷을 입고 양말을 신는데 기절 직전의 고통을 맛보며 갑자기 꽉 막혔던 트름이 나더니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20~30분 걸렸던 것 같다.
목도리를 두르고 패딩까지 다 입은 상태에서 그대로 거실 바닥에 살포시 옆으로 누워 창밖 하늘을 바라봤다. 폭설로 택시가 잡히지 않는 동안 침착함을 되찾으며 오늘 먹어야 하는 약들과 현재 나의 증상과 갈 수 있는 병원들과 연락해볼 수 있는 가족을 생각해봤다. 남편과 의사이신 어머님께 연락을 남겨둔 뒤 지쳐 잠에 들었다.
오후 3시쯤 일어나 물을 정말 살짝 마셔 목만 축였다. 그러나 바로 위 통증이 시작되며 가슴이 꽉 막혀오기 시작했다. 걷거나 말을 하면 모두 위 통증으로 번졌다.
내과에 가서 진경제와 수액을 섞어 링거를 맞고 란스톨 1알 (공복 섭취 권장) 을 먹으니 약간 진정이 되었다. 진경제를 수액과 섞은 이유는 혈압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만 먹었을 때는 너무 아팠는데 오히려 약을 먹으니 위가 뒤틀리진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누워 한 시간 잠깐 잤다. 이러다 보니 저녁 7시. 다시 속이 쓰리고 이 와중에 배가 고프다. 굶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낫고 흰쌀죽이 좋다는 어머님 조언이 있었다. 낙센에프는 원래 너무 강력한 진통제라 특히 여자들에게 부작용이 많고 안 먹는 방법, 음식이 위에 남아있을 때 먹는 방법 외에는 없어서 다른 순한 약으로 바꾸는 편이 좋다 하셨다. 그리고 오늘은 복용 중인 모든 약을 다 쉬는 것으로.
우선 처방받아온 프로맥스정과 모티리톤정, 메녹틸정을 먹고 도저히 밥을 할 자신이 없어서 아침에 삶아둔 감자를 쥐가 갉아먹듯이 정말 조금씩만 앞니로 갉아서 스며들듯이 삼켰다.
처음에는 불편감과 통증이 있었는데 조금씩 먹다보니 오히려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20분간 감자 1/2개를 먹었는데 아까 물만 먹어도 아팠던 것을 생각해보면 나아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핫팩을 위에 대고 따뜻하게 해줬다. 손발도 시도때도 없이 차가워져서 손발도 따뜻하게 대웠다.
결론,
나아지겠지 하지 말고 즉시, 소화기내과를 찾아간다. 진경제 수액을 맞고 란스톤, 프로맥정, 모티리톤정, 메녹틸정 등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 이때 나의 경우는 물을 정말 조금만 마셨다. 물도 너무 아파서.
이런저런 감미료가 들어있는 배달음식 죽보다는 당연히 집에서 쌀만 넣고 끓인 흰 죽이 제일 좋고, 어렵다면 삶은 감자도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아니면 바나나, 계란 흰자 정도. 호박죽을 시켜 놨는데 약간의 감미료도 부담되어서 결국 안 먹었다.
손 발이 순식간에 차가워지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나는 시점이 겨울이라 핫팩이 있었는데 여름이라 없다면 따뜻한 물을 수건에 적셔서라도 배와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게 좋다. 은근히 따뜻함이 위를 조이고 있는 근육들을 잠깐 이와시켜줘서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
숨이 가빠지고 호흡이 멈추지만 그렇게 되면 등까지 굳고 위가 더 조이니 아파도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숨을 고르게 쉬면서 오그라드는 위가 더 오그라들지 않게 의식적으로 이완해준다. 나는 숨이 넘어가다가 순간 나의 이런 조급한 행동이면 안 아프던 위도 아프겠다 싶어 정신을 차리고 호흡을 천천히 내뱉으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서 있었다. 그러니 가짜 통증이 좀 날아갔다. 당황하고 고통스러워도 애써 침착할 필요가 있다.
수액 맞을 때 핸드폰이나 약간의 움직임도 금지, 나는 수액이 새서 혈관 주변이 부어올라 냉찜질을 1시간 더 하고 나왔다. 물론 이렇게 새면 혈관통도 어마어마한데 위경련이 워낙 아프기도 했고 병원 다니면서 익숙해져서인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그저 아프니 그만 맞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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